챕터 1
“문명은 본질적으로 조정 엔진입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협력의 산물입니다. 어떤 인간도 혼자서 연필 하나 만드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잠시 이 보잘것없는 연필을 생각해 보십시오. 나무는 오리건에서, 흑연은 스리랑카에서, 고무는 말레이시아에서, 페인트는 캔자스에서 옵니다. 서로 만날 일도 없고,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신을 섬기며, 정치와 문화와 삶의 의미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수천 명의 낯선 사람들이, 1달러도 안 되는 단순한 도구 하나를 만들기 위해 완벽하게 협력합니다. 이것이 문명의 기적입니다. 피라미드도, 달 착륙도, 인터넷도 아닙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경이롭기는 합니다. 진정한 기적은 바로 조정 그 자체입니다. 모든 대륙에 흩어진 80억 명이 어떤 중앙 계획자도 지휘할 수 없는 복잡한 생산과 소비의 춤 속에서 함께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신뢰와 교환의 거미줄입니다. 문명은 본질적으로 조정 엔진입니다. 수백만 명의 낯선 사람들이 서로를 충분히 믿고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운영 체제입니다. 그리고 모든 운영 체제가 그렇듯, 신뢰할 수 있는 신호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유된 가치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 신호가 바로 돈입니다.
150명짜리 부족에서 산다면 돈이 필요 없습니다. 기억이 있으니까요. 지난주에 앨리스에게 고기를 줬다는 것을 압니다. 앨리스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도 압니다. 필요할 때 반드시 갚을 것입니다. 밥은 게으르니 도구를 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압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빚졌는지에 대한 장부는 부족원들의 머릿속에 분산되어 있으며, 평판과 소문, 그리고 모두가 서로를 지켜보는 작은 공동체의 끊임없는 책임감으로 유지됩니다. 이것이 바로 던바의 수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인간이 약 150명과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관찰했습니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우리의 인지적 하드웨어는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누가 믿을 만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베푼 호의와 진 빚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습니다. 머릿속 장부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문명은 150명을 훨씬 넘어 확장됩니다. 1억 5천만 명, 80억 명으로 확장됩니다. 이 규모에서는 기억력이 완전히 무력합니다. 시장에서 빵을 파는 낯선 사람이 정직한지 기억으로 알 수 없습니다. 지구 반대편 회사가 계약을 이행할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외부 장부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동의하고, 개인의 기억을 넘어 지속되며, 쉽게 위조될 수 없는 공유된 가치의 기록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기록된 역사 전체의 핵심적인 취약점으로 이어집니다. 누가 장부를 통제하는가?
오천 년 동안 그 질문의 답은 통치자였습니다. 고대 수메르의 신전 사제들이 점토판에 곡물 예치량을 기록했든, 자신의 얼굴을 새긴 주화를 발행한 로마 황제들이든, 전자 스프레드시트에 숫자를 만들어내는 현대의 중앙은행들이든, 장부는 언제나 중앙 집중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앙 집중적이기 때문에 부패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모든 권력 구조에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나타나는 인간 본성의 결함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집단이 장부를 조작해 자신들을 위한 가치를 공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결국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유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초기 의도가 얼마나 고귀했는지, 통치자들이 얼마나 현명해 보였는지, 얼마나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은 존재하고, 반드시 열립니다. 항상 천천히 시작됩니다. 왕은 전쟁 자금이 필요하지만 세금을 올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합니다. 그래서 금화를 회수해 녹이고, 구리를 조금 섞어 같은 액면가로 다시 발행합니다. 돈을 “창조”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백성들이 눈치채지 못합니다. 동전은 여전히 동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경제 활동이 측정되는 기준인 그 신호는 이미 왜곡되었습니다.
고대 세계가 알았던 가장 강력한 문명, 로마 제국을 생각해 보십시오. 데나리우스는 세계의 은 기준이었습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 즉 그리스도 탄생 무렵에 데나리우스는 순은 95%였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이었습니다. 상인들은 믿고 쓸 수 있었습니다. 병사들은 저축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기반이 건전했기 때문에 경제는 번성했습니다. 그러나 3세기에 걸쳐 황제들은 끊임없이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역병, 야만족의 침략, 비대해진 관료제, 그리고 팽창하는 군대의 끝없는 식욕이었습니다. 이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그들은 주화의 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여기에 구리를 조금, 저기에 납을 조금 섞었습니다. 서기 270년에 이르러 데나리우스의 은 함량은 0.5%에 불과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얇은 은막을 입힌 구리 동전, 즉 돈인 척하는 거짓말이었습니다. 결과는 재앙적이었고, 예측 가능했습니다. 군대는 가치 없는 동전으로 급여를 받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더 높은 임금을 요구했습니다. 상인들은 가치 떨어진 화폐를 받느니 실물 상품을 쌓아두었습니다. 신뢰가 사라지면서 무역로가 무너졌습니다. 제국은 단순히 파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율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붕괴했습니다. 측정 기준이 무너지면 문명도 무너집니다. 로마는 성문 밖의 야만족에게 함락된 것이 아닙니다. 조폐소의 위조범들에게 함락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고대의 역사가 아닙니다. 현대 통치의 기본값이며, 모든 통화 시스템이 피할 수 없는 중력입니다. 돈이 부패할 수 있으면, 부패는 합리적인 전략이 됩니다. 인센티브는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뒤틀립니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인플레이션이 저축을 갉아먹습니다. 처음에는 서서히, 그러다 화폐 발행이 가속화되면서 점점 빠르게. 돈을 빌려 자산을 사면,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공급이 고정된 무엇이든, 인플레이션이 부채를 녹이는 동시에 보유 자산의 가격을 부풀립니다. 시스템은 명확하고 파괴적인 교훈을 가르칩니다. 생산하지 마십시오. 빼앗으십시오. 저축하지 마십시오. 투기하십시오. 미래를 위해 건설하지 마십시오. 오늘 잡을 수 있는 것을 잡으십시오. 내일이면 당신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들 테니까요. 그 결과는 모든 기관에 파급됩니다.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공학, 의학, 교육, 생산적인 분야에서 멀어집니다. 그들은 금융, 로비, 부동산 투기, 법률 쪽으로 몰려듭니다. 이른바 “캉티용 효과의 중심”으로 향합니다.
새로 만들어진 돈이 시스템에 처음 유입되는 곳, 화폐 발행기에 가까울수록 가장 큰 이점을 누리는 곳입니다. 우리는 서비스의 탁월함이 아니라 돈줄에 대한 접근을 사업 모델로 삼는 기관을 만들어냅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낚아채기 위해 자리를 잡는 사람에게 보상합니다. 이것이 가장 순수한 형태의 문명적 문제입니다. 나쁜 지도자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물론 자주 그렇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좋은 정책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물론 우리의 정책은 자주 잘못되어 있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어떤 지도자나 정책보다 더 근본적입니다. 문제는 기반 자체입니다. 우리는 통치자의 자제력에 의존하는 통화 기술 위에, 디지털화되고 상호 연결되며 잠재적으로 성간 문명을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록된 역사 전체에서 백 퍼센트 실패한 전략입니다. 이 책이 던지는 더 깊은 질문은 “최선의 정책은 무엇인가?”가 아닙니다. 질문은 이것입니다. “최선의 기반은 무엇인가?”